먼저 정경(正經, Canon)이 무엇인지 이해하면, 왜 초대교회가 신약 27권만 인정했는지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정경(Canon)이란 무엇인가?
‘정경’은 하나님께서 영감을 주신 말씀으로 인정되어, 신앙과 생활의 최종 권위를 가진 성경의 책들을 말합니다.
‘정경’에 해당하는 영어 Canon은 그리스어 kanōn에서 왔으며, 원래는 갈대 자, 측량하는 막대, 기준, 규범이라는 뜻입니다. 즉, 정경은 신앙과 진리를 판단하는 기준이라는 의미입니다.
중요한 점은 초대교회가 어떤 책을 정경으로 ‘만들었다’기보다, 이미 하나님의 말씀으로 전해지고 있던 책들을 식별하고 인정했다고 보는 것이 전통적인 기독교의 이해입니다.
예를 들어 오늘날 대한민국 정부가 중력을 법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중력을 인정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입니다. 마찬가지로 교회는 하나님의 말씀을 창조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영감을 주신 책들을 분별하여 정경으로 인정한 것입니다.
왜 초대교회는 신약의 27권만 정경으로 인정했는가?
신약성경은 처음부터 한 권의 책으로 존재했던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의 부활 이후 약 1세기 동안 사도들과 그들의 동역자들이 여러 교회에 편지와 복음서를 기록했습니다.
당시에는 수많은 문서들이 있었기 때문에, 교회는 어떤 책이 진정 하나님의 말씀인지를 신중하게 분별해야 했습니다.
1. 사도성이 있는가?
가장 중요한 기준은 사도성(Apostolicity)이었습니다.
예수님께 직접 부름받은 사도나, 사도와 매우 가까운 동역자가 기록한 책이어야 했습니다.
예를 들면
- 마태 : 예수님의 열두 제자
- 요한 : 예수님의 제자
- 베드로 : 예수님의 제자
- 바울 : 부활하신 예수님께 직접 부르심을 받은 사도
- 마가 : 베드로의 동역자
- 누가 : 바울의 동역자
이처럼 기록자가 사도이거나 사도의 권위 아래 기록한 책이어야 했습니다.
2. 교리적으로 일치하는가?
새로운 책이 기존의 구약성경과 사도들이 전한 복음과 일치하는지도 매우 중요했습니다.
만약 어떤 책이
- 예수님의 신성을 부인하거나,
- 구원의 방법을 다르게 말하거나,
- 사도들의 가르침과 충돌한다면,
교회는 그것을 정경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후대에 등장한 일부 영지주의 문헌들은 예수님의 인성과 십자가의 의미를 다르게 설명했기 때문에 정경으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3. 여러 교회에서 널리 사용되었는가?
어떤 책이 특정 지역에서만 읽힌 것이 아니라,
- 예루살렘
- 안디옥
- 에베소
- 고린도
- 로마
등 여러 지역 교회에서 예배 중에 읽히고 권위를 인정받았는지도 중요한 기준이었습니다.
이미 2세기 무렵에는 오늘날의 대부분의 신약성경이 교회에서 공적으로 읽히고 있었습니다.
4. 성령의 증거가 있는가?
초대교회는 단순히 학문적으로만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성령께서 교회 가운데 역사하시며 하나님의 말씀을 분별하게 하신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오랜 시간 동안 기도와 검토를 거쳐 정경을 인정했습니다.
왜 27권으로 확정되었는가?
오늘날의 신약 27권은 오랜 기간 교회에서 사용되어 왔으며, 4세기에 이르러 여러 지역 교회의 공통된 인식이 공식적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367년, 알렉산드리아의 아타나시우스는 부활절 서신에서 현재와 동일한 신약 27권 목록을 제시했습니다. 이후 여러 지역 공의회에서도 이 목록을 확인하며 널리 받아들였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공의회가 새로운 성경을 만든 것이 아니라, 이미 교회가 오랫동안 사용해 온 책들의 목록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왜 다른 복음서는 제외되었는가?
예를 들어,
- 도마복음
- 유다복음
- 베드로복음
등은 대부분 2세기 이후에 기록된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 문헌들은
- 사도들이 직접 기록한 것이 아니고,
- 여러 내용이 사도적 복음과 일치하지 않으며,
- 모든 교회에서 널리 읽히지도 않았기 때문에,
초대교회는 정경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정리
초대교회가 신약 27권만 정경으로 인정한 데에는 다음 네 가지 기준이 핵심이었습니다.
- 사도성: 사도 또는 사도의 권위 아래 기록되었는가?
- 정통성: 기존의 하나님의 계시와 조화를 이루는가?
- 보편성: 여러 지역 교회에서 널리 읽히고 인정되었는가?
- 영적 권위: 교회가 성령의 인도 가운데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였는가?
따라서 전통적인 기독교의 이해에서는 교회가 임의로 성경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영감으로 주신 책들을 오랜 시간에 걸쳐 분별하고 확인한 결과가 오늘날의 신약 27권이라고 이해합니다.